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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15. 19:02

[준짱의 잇쵸스토리] 잇쵸에서의 첫 교육

 

다음 주 설레이는 마음으로 아침 7시에 일어나 예정보다 20분정도 일찍 갔다. 왠 일본여자아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준상데스까? (준상입니까?) “ 해맑은 미소가 예쁘다.

 

아미짱이었다.

 

 

 방송관련 전공을 하러 홋카이도에서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와서 이제 21살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일할 사람들이 한 사람씩 나타났다.   여유있는 미소를 띄고  천천히
토모키군이 나타났다.
연이어서 노리꼬상이 들어온다.  이 사람들이 오늘 일할 전 멤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졸린 눈을 부비며 카나메군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잇쵸가 생긴 이래(뭐 그래봐야 5년이 안되었지만) 내가 처음 들어온 외국인이라고 한다자기들도 이 땅에선 외국인이면서 나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며 이것 저것 물어본다. 
~
웃음이 나오는 것을 살짝 삼켰다.

 

하지만, 잇쵸에서 일하게 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때에도 이상하게도 그 빌딩 안에만 들어가면 완전히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나도 모르게 외국인이라는 착각이
드는 것에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에 뭐하러 왔죠?” “일본어는 언제 배웠어요?” “연주하는 악기는?” “ 한국에 어디에 살았죠?” ..

 

하지만, 관심의 표현이니 기분이 과히 나쁘진 않았다.  ~ 하게 대답해주었다.

 

그 들은 이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일부 여기에서 자리잡은 일본아주머니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고 학교도 전공도 제각기 다르다 했다. 

 재밌는 것은 그 친구들이 일본 전 지방으로부터 다양하게 왔다는 것이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도쿄에만 살았기 때문에 도쿄사람들밖에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잇쵸라는 이 10평도 안되는 조그만 장소에서 일본의 전 지방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에서 온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것이다. 

 

앞으로  잇쵸에서  이 각양각색의 지방사람들에 의해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어떻게 윤색이 되고 채색이 될까?  또 그 들끼리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그리고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또 끼칠 수 있을까머리 속에 여러 생각들과 기대가  교차했다.

 

 그러나 당황스러웠던 것도 있었다.  잇쵸는  조그만 식당의 주방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50가지나 되는 작은 식당치고는 적지않은 메뉴의 수였다그리고  이 것을 만들기 위해 업자들에 원재료을 처음 주문해서 손님의 테이블 위에 음식이 올라가기까지 사용되는 각종 요리도구,  야채, 고기,생선, 조미료, 소스 등 수많은 대상이 있었다.

 

그 원재료를 써서 하나의 요리가 탄생될 때까지 요구되는 무수히 많은 동작들, 파악해야 할  다양한 요리진행 상황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잘게 쪼개져 치밀하게 패턴화되어 있었다.


 
그런 조리과정은 일본인들도 처음 들어와서 익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것에 동반하여 새로 익혀야 할 명사, 형용사, 동사 등이 엄청나게 많을 것을 생각하니까 일본어공부도 엄청될 듯 싶었다.

 

 무엇보다 내 머리속에 우선 떠오른 것은다음에 올 때 수첩을 사가지고 와야겠다.” 였다.  모르는 것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꼼꼼히 적어 죄다 외워 버리리라 마음먹었다.

 

오늘 내 교육은 카나메군이 맡았다. 

 

장난기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20대 후반이었던 내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오늘은 오쿠(おく)의 일에 대해 가르칠거예요

 

<오쿠?  그게 뭐지?> 속으로 생각했다.

 

오쿠(おく) : 오쿠란 안쪽이라는 뜻으로 잇쵸주방의 한쪽 구석안에 짱박혀서 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군대로 따진다면 이등병,  주방의 신병훈련소 같은 곳이다, 기본적인 군기를 잡고 총기다루는 법, 그외 규율을 배우듯이 칼을 다루는 기술, 업자에게 주문하는 법, 기본적인 잇쵸의 규칙을 숙지하고 온갖 재료를 요리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고 준비하는 단계.   한마디로 잇쵸의 시다바리다.

 

 

그러면서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다. 그리고 잇쵸에서 일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했다.

 칼을 다루는 것에 대해 주의할 점.  칼을 놓을 때 반드시 날이 앞으로 가게 해서 가로로 눕혀놓을 것.

 칼을 다른 사람에게 건낼 때 반드시 자루쪽이 상대방에게 향하도록 할 것. 등 진지하게 시연까지 해보이며 설명한다.

 

집중해서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일할 때는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우 비좁은 주방의 공간안에서 서로 부딪히지않고 스피디하게 움직이려면 긴장은 필수라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기름이 끓고 칼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방심하다가 다치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울러, 이 공간에 몸이 적응할 때까지 처음엔 예외없이 베이거나 데이거나 할거라고 겁을 주었다.

 

 

나는 밴드를 붙이고 있는 그의 팔뚝에 시선이 갔다.




준짱의 1분 노트 >>

잇쵸란 일조(一兆)란 뜻으로 억 다음 단위이다. 처음 들었을 때 난 아마도 주인장이 일조엔의 돈을 벌고자 이런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주인장에 물어보니 일조엔이 아니라 일조명의 손님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한다.  자기 아버지가 지어주셨단다.  문장으로 보면 돈이란 단어에서 손님이란 단어로 바꾼 것 밖에 없는데 그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 손님을 바라보는 관점, 가게를 운영하는 철학 등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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